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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비긴 어게인' - 음악으로 다시 쓰는 인생의 멜로디​

by yellow_glasses 2025. 3. 23.

비긴 어게인

음악은 때때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은 이러한 음악의 힘을 통해 상처받은 이들이 새로운 시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재상영되어 다시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1. 영화 줄거리 요약

『비긴 어게인』의 진짜 심장은 화려한 무대나 잘 짜인 곡이 아니라, 도시의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즉흥성’과 ‘진심’에 있다. 뉴욕의 분주한 거리, 전철역의 웅성임, 햇살이 내리쬐는 옥상 위에서의 녹음 장면들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그것은 일상이라는 배경 위에 즉석에서 올라가는 음악적 감정의 흐름이며, 상업적 계산이 없는 진짜 ‘소리’의 발현이다. 특히 이 장면들은 도시 공간이 그저 배경이 아닌, 하나의 악기로 기능하며, 사람과 공간, 사운드가 일체화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이러한 촬영 방식은 단순한 영화적 연출이 아니라, 예술에 있어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일깨운다. 마이크가 흔들리고, 자동차 소리가 녹음되고, 바람이 악보를 휘저어도, 그 순간이 갖는 생생함은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완벽한 사운드보다 더 강한 감동을 남긴다. 바로 그런 ‘불완전함’이 이 영화가 가진 예술적 진정성의 핵심이다.

또한 영화는 음악 산업이 가진 시스템적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데이브(애덤 리바인 분)가 계약한 대형 음반사의 요구, 정형화된 사운드, 이미지 중심의 마케팅은 음악이 '상품'이 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반면, 다니엘과 그레타가 함께 만든 앨범은 거대한 자본이나 이름 없이도 음악의 순수함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레타가 스튜디오 대신 도시 곳곳을 선택한 이유, 기획 없이 그 순간의 감정을 노래한 이유는 결국 ‘진짜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를 단순한 메시지로 전달하지 않고, 감정과 시선, 그리고 아주 사소한 공간의 공기들로 채워 넣는다.

결과적으로 『비긴 어게인』은 단순한 음악 영화가 아니라, 음악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탐구이자, 예술의 원형적 감동을 되찾으려는 작고 따뜻한 저항이다. 그리고 그 진심은 관객의 가슴에, 마치 어느 여름날 뉴욕의 골목길을 거닐다 우연히 들은 버스킹처럼 오래도록 남는다.


2. 영화의 디테일/예술적인 감상 포인트

『비긴 어게인』은 음악 영화라는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삶의 리듬을 되찾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존 카니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기존의 스토리텔링 구조를 따르지 않고, 마치 즉흥 연주처럼 자유롭게 전개되는 장면들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풀어냅니다.

이 영화의 디테일은 음악 그 자체에 있는 동시에,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간'과 그 '순간성'에 있습니다. 뉴욕이라는 도시를 무대 삼아, 공원, 다리, 골목, 옥상 등 일상적인 공간을 녹음실로 전환시키는 장면은 단지 로케이션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음악은 무대 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진실한 음악은 삶의 어느 구석에서도 태어날 수 있다”는 감독의 철학을 시각화한 시퀀스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크 러팔로가 처음으로 그레타의 공연을 듣고 상상 속에서 각 악기의 파트를 덧입혀 음악을 ‘재구성’하는 시퀀스입니다. 이 장면은 음악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갖는 본질, 즉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는 본질을 시적으로 구현해낸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상상의 실현이, 이후 도시를 무대로 한 녹음 프로젝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서사적 연결고리로도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감상 포인트는 영화의 감정 곡선이 '낮은 톤'으로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사랑과 실연, 배신과 회복, 성공과 무명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비긴 어게인』은 감정을 절대 고조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관객이 스스로 감정을 찾아가게 하는 ‘간결한 서정성’을 유지합니다. 특히 그레타와 다니엘의 관계는 전형적인 로맨스로 흐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깊은 정서를 획득합니다. 둘은 서로의 삶에 스며들되, 사랑으로 정리되지 않은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이 절제된 결말은 ‘서로를 통해 다시 시작하게 된 인생’이라는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엔딩 크레딧 속 라이브 음원처럼, 『비긴 어게인』은 보는 이가 무언가를 다 채운 느낌보다는, ‘아직 남은 감정’과 함께 영화관을 나서게 합니다. 바로 그 여백이 이 영화가 선물하는 감상의 진짜 핵심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이 어긋났을 때, 다시 녹음 버튼을 누를 용기를 주는—『비긴 어게인』은 음악보다 조용한 삶의 반주이다.


3. 영화 감독과 출연 배우 소개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은 음악으로 감정을 전하는 방식만큼이나, 배우들이 음악과 함께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연기력이 중요한 영화다. 이 작품은 ‘연기’와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희귀한 영화이며, 출연 배우들 모두 그 독특한 지점에서 탁월한 균형감을 보여준다.

먼저 키이라 나이틀리는 ‘그레타’라는 인물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신선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강인하거나 극적인 감정 대신, 실연의 아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노래로 치유해가는 인물의 정서를 섬세하게 쌓아올린다. 그녀가 직접 부른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이나 “A Step You Can’t Take Back” 같은 곡에서 드러나는 맑은 목소리는 단순한 보컬이 아니라 감정의 연장선이며, 연기 자체의 일환이다. 표정을 크게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눈빛과 자세로 불안과 단호함을 동시에 전달해낸다는 점에서 그녀의 연기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마크 러팔로는 ‘다니엘’이라는 인물의 낡은 재킷, 흐트러진 머리, 어딘가 무너진 말투 안에 그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아낸다. 한때 잘나가던 음악 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음악 산업과 인생 모두에서 밀려난 인물이, 다시 음악을 통해 되살아나는 그 과정을 과잉 없이 보여준다. 그는 다니엘이라는 인물을 절망의 끝에 서 있는 ‘패배자’로 연기하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회복 중인 인간’으로 표현하며, 관객이 무의식중에 그를 응원하게 만든다.

애덤 리바인은 데이브라는 캐릭터의 이중적인 면모—사랑과 배신, 진심과 욕망 사이에서의 흔들림—을 본능적으로 연기한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그가 배우들과 나란히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데이브의 복잡한 감정을 ‘음악’이라는 본인의 영역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부른 “Lost Stars”는 영화 속에서 감정의 핵심을 관통하는 곡으로, 듣는 이로 하여금 데이브를 단순한 ‘나쁜 남자’로 규정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처럼 『비긴 어게인』의 연기자들은 단지 대사를 주고받는 배우가 아니라, 악기이자 서사이며 감정의 통로로 기능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음악 영화가 아니라, ‘음악으로 연기하는 영화’라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4. 영화 총평

『비긴 어게인』은 한때의 실패와 상처로 인해 각자의 자리에서 길을 잃은 두 사람이, 음악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을 따라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지 로맨스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지점에서부터 진짜 감동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존 카니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음악은 말보다 정직한 감정의 언어’라는 신념을 견지한다. 삶이 휘청거릴 때, 사람은 말보다 노래를 먼저 꺼낸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고, 그런 순간의 진심이야말로 스크린을 통해 가장 강하게 전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한 연출자다. 이 영화의 장점은 거창한 사건이 아닌 ‘작은 감정의 회복’에 있다. 오디션에서 떨어진 날 저녁, 녹음된 음원을 돌려 듣는 그레타의 표정, 버려진 가구를 끌어안고 자던 다니엘이 아이의 전화 한 통에 미소 짓는 장면—이런 순간들이 이 영화의 정서적 중심축이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단지 배경이 아니다. 이 도시는 때때로 복잡하고, 때때로 무심하지만, 어딘가에서 항상 누군가가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의 도시다. 옥상, 골목, 공원, 지하철, 그리고 마침내 타임스퀘어까지 이어지는 게릴라 녹음 프로젝트는, 음악이 어떻게 공간을 바꾸고 사람을 연결하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회복하게 하는지’에 대한 은유이자 선언이다.

2024년 3월, 이 영화는 국내에서 재개봉되었다. 초연 당시보다 훨씬 더 복잡해진 세상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비긴 어게인』은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인생의 어떤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질문에 영화는 이렇게 대답한다. “괜찮아요, 다시 시작하면 돼요. 음악이 그렇듯이.”

비긴 어게인은 멜로디보다 잔잔한 감정, 리듬보다 조용한 용기로 삶을 다시 연주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의 재생 버튼을 조용히 눌러주는 영화

비긴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