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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천작] 약한영웅 Class 1

by yellow_glasses 2025. 3. 29.

약한 영웅

 

 

드라마 줄거리 요약

「약한 영웅 Class 1」은 물리적 폭력의 세상에서 이성이라는 무기를 들고 맞선 한 소년의 고독한 투쟁기다. 이야기는 모범생이자 말수가 적은 연시은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전형적인 수재형 캐릭터로 보일 수 있는 그는, 첫 화부터 ‘폭력’이라는 키워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며, 그로 인해 관객의 예측은 일찌감치 비껴간다.

연시은은 작은 체구에 눈에 띄게 약해 보이는 외형을 지녔지만, 그 누구보다 명민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무기로 삼는다. 학교 내 불합리한 위계 구조와 폭력에 직면한 그는, 피하거나 침묵하지 않는다. 대신 전략적으로, 냉정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정당한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드라마는 단순히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기는 카타르시스’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한 개인이 사회적 폭력에 맞서며 점점 내면이 마모되어가는 과정을 조용히 보여준다. 특히 우정이라는 명목으로 맺어진 박후진과 오범석과의 관계는, 결국 주인공을 더욱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드라마는 점점 더 깊은 정서적 지대로 향한다. 이 드라마가 그리는 건 ‘싸움’ 그 자체라기보다, 싸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내면이라는 점에서, 장르의 공식을 은근히 뒤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디테일 및 예술적인 포인트

드라마 *「약한 영웅 Class 1」*의 탁월함은 형식적 디테일에 있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감정선을 먼저 포착하고, 이어 인물의 심리를 따라 흐른다. 흔들리는 시선, 느린 줌인, 날렵하게 편집된 액션 시퀀스는 모두 인물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특히 연시은이 첫 싸움을 결심하고, 그 결단을 행동으로 옮기는 장면에서의 편집과 사운드 디자인은 이 작품의 미장센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또한 컬러 톤은 회색과 청색이 지배적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차가운 정서와 긴장감을 유지하며,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정서적 거리감을 시각화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계절적으로는 ‘겨울’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이지만, 이 겨울은 단지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드러내는 메타포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액션 장면의 연출이 단순한 볼거리로 소비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싸움은 무대처럼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서의 위치 선정, 도구 활용, 심지어 시선 처리까지도 전략적으로 설계된다. 일종의 ‘전략 게임’을 보는 듯한 쾌감은 이 드라마만의 고유한 미학으로 기능하며, 이를 통해 인물의 지능과 감정이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이 모든 디테일이 감정의 파고를 잠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탁월한 균형 감각을 보여준다. 즉, 스타일이 서사를 압도하지 않고, 서사는 스타일을 의식적으로 끌고 가는 구조다.


연출자 및 출연 배우 설명

연출을 맡은 유수민 감독은 이 작품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작에서 보여준 감정선의 리듬감은 *「약한 영웅 Class 1」*에서 비로소 완숙에 가까운 형태로 응축된다. 그는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데 있어서도 절제와 긴장을 놓치지 않으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감정의 불균형과 심리적 균열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강한 서사’보다 ‘정확한 감정’으로 기억된다.

출연 배우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주인공 연시은 역의 박지훈이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며,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의 연기는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농도가 깊고, 무엇보다 인물의 내면이 외부로 발현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계산해낸다.

연시은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관객은 그의 눈빛과 숨소리만으로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박지훈이라는 배우가 인물에 완전히 침잠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갈등의 정점에서 폭발하는 감정 신에서 그는 거의 절규에 가까운 침묵을 선보이며, 이 드라마의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

박후진 역의 최현욱은 거친 외형 속에 감정을 품고 있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냈으며, 오범석을 연기한 홍경 역시 결핍에서 비롯된 불안정한 감정을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내어, 시청자로 하여금 끊임없는 긴장감을 갖게 만든다. 이 세 인물은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지만, 결국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며, 드라마는 관계의 모순과 고독이라는 주제를 더 깊이 탐색한다.


드라마 총평

*「약한 영웅 Class 1」*은 기존의 학원물 혹은 성장 서사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장르의 탈을 쓴 내면극에 가깝다. 이 작품은 ‘싸움’이라는 전면적 서사를 통해, ‘외로움’이라는 내면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본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그저 연시은이라는 인물이 강해졌는지를 묻지 않는다. 우리는 그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그리고 그 상처를 어떻게 품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은 흔히 기대되는 영웅서사의 구조를 비틀며, 오히려 고독하고 침묵하는 자의 강인함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소리 없이 흐르는 물이 바위를 깎아내듯, 아주 서서히 관객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무엇보다 *「약한 영웅 Class 1」*은 ‘약하다’는 말의 정의를 다시 쓰게 만든다. 약한 자란 무엇인가? 힘이 없는 자인가, 아니면 감정을 숨기는 자인가, 혹은 자신의 고통을 스스로 감당해내야만 하는 자인가?

이 질문 앞에서, 이 드라마는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는다. 그저 한 인물의 고독한 눈빛을 끝내 응시하며, 우리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대답을 찾기를 조용히 권유할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은 드라마라기보다 하나의 ‘심리적 체험’에 가깝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선택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결국, *「약한 영웅 Class 1」*은 고요한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그 울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가장 위대한 미덕이며, 우리가 드라마라는 예술 형식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감동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