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진심을 마주하는, 낯선 방식에 대하여
1. 프로그램 줄거리 요약
현대의 연애 예능은 감정의 리얼리티를 표방하면서도 종종 계산된 연출과 자극적인 서사에 기대곤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하트페어링>은 그와는 궤를 달리한다. 이 프로그램은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랑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콘셉트 아래, 뇌공학 기술과 실제 연애 경험을 접목한 형태의 신개념 리얼리티쇼다.
총 8명의 남녀 출연자들은 ‘연애 세포 반응’이라 불리는 뇌파 테스트를 통해, 뇌과학적으로 가장 강한 반응을 보인 상대와 짝을 이루게 된다. 이 과학적 매칭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은 그들이 실제로도 감정적 교감을 이루고 연애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여기서 핵심은 출연자 본인이 직접 상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적인 뇌 반응’이 선택한 상대와 짝지어지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출연자들은 처음 만남부터 정해진 ‘상대’와 커플로 묶여, 다양한 상황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2024년 1월 23일 첫 공개되었으며, 이태리 소도시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되어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관계의 본질에 집중하게 한다.
2. 프로그램의 디테일
<하트페어링>은 연애의 감정을 뇌파라는 과학적 도구로 측정하려는 시도로 시작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인간 감정의 예측 불가능성을 더 선명히 드러낸다.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극적인 서사를 만들기보다는, 출연자들이 겪는 작고 미묘한 감정의 변화에 집중한다. 감정의 결을 날것 그대로 담아내는 편집 방식은 시청자로 하여금 누군가의 연애가 아닌 ‘나 자신의 과거 연애’를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모든 출연자가 한 공간에 함께 머물며, 서로의 관계를 관찰하고 비교하게 되는 구조는 연애뿐 아니라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들여다보게 한다. 마음이 맞지 않는데도 ‘뇌파가 선택한 상대’와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 그리고 예상과 달리 진심이 향하는 상대를 만났을 때의 혼란은 이 프로그램이 던지는 질문의 핵심에 있다.
그 가운데 어떤 출연자는 과학이 선택한 상대가 아닌, 본인의 감정이 향하는 쪽을 택한다. 다른 이는 ‘뇌의 반응’을 믿고 감정에 자신을 맞춰본다. 과학과 감정 사이의 틈, 이성적 매칭과 감성적 끌림의 어긋남은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연애 관찰 예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다.
3. 연출진과 출연자 소개
<하트페어링>은 넷플릭스가 최초로 제작한 한국 오리지널 연애 예능이다. 제작은 <체인지 데이즈>를 만든 CJ ENM의 스튜디오와 TVING이 협업한 공동 프로젝트로, 실험적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보다 깊은 감정의 결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연출은 박희연 PD가 맡았으며, 기존의 연애 예능과 차별화되는 감정 중심의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진행은 배우 이다희와 가수 겸 방송인 성시경이 맡았다. 이들은 단순한 중계자가 아닌, 출연자들의 내면과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해석하며 시청자와의 감정적 거리를 좁힌다. 특히 이다희의 직관적인 해석과 성시경 특유의 공감력은 프로그램의 감정선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데 기여한다.
출연자들은 모두 일반인으로 구성되었으며, 연령대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각자 다른 직업과 배경, 연애 경험을 지닌 이들은 '뇌 반응'이라는 새로운 매개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에 접근하게 된다. 일부 출연자는 ‘연애 세포’가 활성화되지 않은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예기치 못한 끌림에 스스로 당황하는 등 복합적인 감정의 진폭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더한다.
4. 총평
<하트페어링>은 한 문장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연애 예능이라는 포맷을 빌려오되, 그 깊이나 방향성은 훨씬 낯설고 실험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뇌파 기반의 과학적 매칭을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 감정의 비합리성과 복잡성을 조명한다.
‘사랑은 선택일까, 반응일까’라는 질문에 프로그램은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이에 놓인 회색 지대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흔들림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연애라는 감정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하고, 또 동시에 인간적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하트페어링>은 사랑의 본질을 묻는 방식에서 기존 연애 예능과 차별된다. 자극적 편집이나 서사에 기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과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는 오히려 더 큰 몰입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하트페어링>은 사랑의 본질을 묻는 방식에서 기존 연애 예능과 차별된다. 자극적 편집이나 서사에 기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과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는 오히려 더 큰 몰입을 유도한다. 과학이 사랑을 예측하려는 시도, 그리고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에 이끌리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예능이 아닌 하나의 '관찰 실험극'으로 보이게 만든다.
넷플릭스가 내놓은 이 실험적 연애 예능은, 어쩌면 당장 재미보다는 그 여운으로 오래 남을 작품이다.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계산적이고 또 얼마나 무력한가. <하트페어링>은 그 모순과 진실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묻는다.